[서창익의 누구나 평생교육] 청첩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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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익의 누구나 평생교육] 청첩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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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성을 강조하면서 키웠던 딸이 봄에 결혼한다. 

예비 신랑은 캠퍼스에서 만나 서로 마음이 통해서 대화를 나누다가 서로를 잘 알게 되었다고 한다. 

캠퍼스 커플의 평범한 러브스토리다. 예비 신랑이 졸업 후 울산에 있는 회사에 취업하게 되면서 결혼 준비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제주도에 계시는 사돈 될 분들과 상견례를 마치고 작년, 혼인 신고와 함께 행복을 꾸려 갈 조그마한 아파트도 얻었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하나둘 잘 준비해가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사위를 맞이하는 엄마의 발걸음은 가전과 가구 등을 준비하면서 몹시도 분주하였지만, 

아빠의 역할은 별로 없는 듯하다. 내가 결혼 준비할 때도 그랬는지 과거를 돌이켜본다.


결혼 준비와 함께 시작되는 새로운 삶은 흔들리는 일상 속에서

행복과 사랑을 꽃 피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며 삶의 큰 전환점이지만, 딸이 준비하는 결혼은 바쁘고 애처롭게만 보인다. 

어릴 적 가정환경에서는 그래도 한두 명쯤은 멘토로 삼을 만한 친인척이라도 있었지만, 핵가족화된 지금은 변화에 대한 적응을 혼자서 해결하고 있다. 

준비하면서 생기는 부모와의 마찰도 감당해야 하고, 스스로의 싸움에서도 이겨내야 한다. 

그러면서 사회가 요구하는 속도에도 따라가야 하는 딸의 모습이 한편으론 대견스럽다.


의식주가 해결된 딸의 결혼 준비에 청첩이라는 손님맞이 준비가 남아있다. 

청첩(請牒)은 결혼을 준비하면서 지인을 초청하는 글을 적은 것이다. 

청첩장의 준말이다. 현미와 현미쌀을 혼용해서 사용하는 것처럼 일반적으로 청첩장으로 부른다. 


예비부부는 금요일 저녁에 서울에 올라가서 일요일까지, 2박3일을 기거하면서 가까운 지인들에게 청첩을 전달해주고 왔다. 

지인을 생각하는 요즈음 청첩 문화라고 한다. 별로 내키지 않는 생각이지만 그들의 문화를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아빠의 마음이 안타깝고 무척 안쓰럽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 부부 됨을 선언하고 한 가정을 이루는 혼인예식은 일생 최고의 축복이요, 축제의 장이다. 

신랑과 신부는 가족ㆍ친지, 참석한 하객,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진심 어린 축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인들이 결혼식을 의무감으로 참석할 뿐 기쁨으로 참여하지 못한다면, 모두에게 결혼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웃과 멀어지고 친척과 왕래가 없어지는 현실 속에서 바쁜 일상을 밀치고 결혼식장에 찾아가 

잊었던 얼굴도 만나고 잠깐이나마 서로의 지친 삶도 위로하는 청첩의 새로운 의미를 나누는 분위기로 바꿔 나가면 어떨까 싶다.


하지만 딸과 아내의 요청에 지인의 주소와 연락처를 정리해본다. 청첩장을 보내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 

청첩을 보낼지 말지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우편으로 보내야 할지? SNS로 보내야 할지? 

그동안 청첩을 받아 보니 나라면 보내지 않았을 텐데 하는 사람으로부터 종종 청첩이 오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도 기억하고 보냈는데 싶어 축의금을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없어 고민한 적이 있다.

심적 부담을 남에게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 때문 이다.


지인의 부모상은 될 수 있으면 참석하지만, 그 자식의 결혼식은 특별한 경우 아니면 가지 않는다.

경조사 중 조사는 우리 부모세대와 이어진 풍습이라 어쩔 수 없지만, 축의금 문화도 상호부조의 전통이니 괜찮지 않으냐 하겠지만, 

고급호텔에서 비싼 음식을 먹으며 하는 결혼식에 전통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경조사를 겪어봐야 인간관계가 정리된다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난다. 

경사를 겪어 보지 않은 나는 청첩의 심경을 제대로 다 알지 못한다. 자식 혼사를 시켜보기 전에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했던가.


50대 후반의 나이에 이제서야 나도 어른이 되어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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